명작 수필

피천득 수필 플루트 연주자 <전문 및 해설>

무명시인M 2021. 1. 3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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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수필 플루트 연주자 전문 및 해설.

피천득 수필 플루트 연주자 전문 및 해설이다.인간애에 넘치는 피천득의 삶의 모습이 그의 우아한 문체에 녹아 들어 있다.

 

플루트 연주자

/피천득

 

바통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 팀의 외야수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5스켈소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전원 교향악 제3악장에는 농부의 춤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이 제때 나오지를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는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

 

<출처: 피천득, 플루트 연주자,수필 피천득 수필집, 종합출판 범우,2009>

 

🍏해설

오케스트라에서 비록 플루트 연주자의 역할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전체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플루트 연주자만이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베이스 연주자 바순 연주자 팀파니스트가 모두 그러하다.

 

사회와 국가는 그 구성원이 맡은 바 직분을 충실하게 수행할 때에 조화를 이루고 발전해 갈 수 있다. 지휘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베이스 연주자와 팀파니스트 및 플루트 연주자는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보통사람들이 중요하다. 이 수필은 이런 보통사람들을 진심으로 예찬하고 있다.

 

피천득의 따뜻한 인간애, 자상함, 그리고 조화와 헌신을 중시하는 삶의 모습이 그의 특유의 부드럽고 우아한 문체에 잘 드러나 있다.

 

<이해인 시인(수녀)의 추도문>

선생님은 당신이 '오월'이라는 글에 쓴 것처럼 오월 속에 계실 것으로 믿는다.

 

피천득 선생님의 시와 수필들은 하나하나가 보석같이 영롱한 작품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국보적인 존재라고 생각된다.돌아가셨지만 길이길이 남아서 우리에게 많은 빛을 남겨줄 것이다.

 

선생님의 육신은 비록 갔지만 문학은 많은 말을 건네 장미 향기처럼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고 지지않은 푸른 별로 문학사에 길이 빛나실 것이다.

-2007.5.29.피천득 교수 영결식장에서.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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