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춘수 좋은 시 능금

무명시인M 2022. 8. 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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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좋은 시 능금. Source: www. pixabay. com

김춘수 좋은 시 능금. 지금 익어가고 있는 능금에 대한 경이감을 들여다 보게 한다.

능금

/김춘수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물은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 그의 충실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출처 : 김춘수 시집, 『꽃의소묘,백자사,1959.

 

🍎 해설

딱딱이 복숭아가 시장에 나왔다. 추석을 앞두고 사과는 한참 익어가고 있다.

 

시인은 익어가는 능금에 대한 경이감을 들여다 본다. 시인은 능금의 본래의 모습은 그리움이라고 한다.   

그리움은 다시 능금의 빛깔과 향기가 되어 우리의 손에 닿게 되고 우리에게 축제처럼 찬란하고 흐뭇한 충족감을 안겨 준다고 한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과 향기가 된다.’ 참 멋있는 표현이다.

 

능금은 충실히 익어간다. 가을이 익어가는 능금에게 애무의 눈짓을 보낸디. 세월과 함께 능금의 본래의 모습인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 즉 생의 넘치는 감격이 존재하는 놀라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바다가 스스로 파도를 일으켜 끊임없이 움직이고, 시작도 끝도 없고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바다의 특징은 사람의 잠재력을 연상시킨다. 결국 시인은 익어가는 능금에서 우리는 저마다 내면의 힘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고 한다.

 

광화문글판은 2022년 여름편으로 이 시를 채택하고 다음 구절을 역동적인 바다 수평선 디자인과 함께 내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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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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