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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좋은 시 적막한 식욕

무명시인M 2022. 7. 2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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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좋은 시 적막한 식욕. Source; www. unsplash. com

박목월 좋은 시 적막한 식욕.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적당하게 맛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적막한 식욕

/박목월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적막한 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食性).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산나물을
곁들여 놓고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그리고 마디가 굵은 사투리로
은은하게 서로 사랑하며 어여삐 여기며
그렇게 이웃끼리
이 세상을 건너고
저승을 갈 때,
보이소 아는 양반 앙인기요
보이소 웃마을 이생원 앙인기요
서로 불러 길을 가며 쉬며 그 마지막 주막에서
걸걸한 막걸리 잔을 나눌 때
절로 젓가락이 가는
쓸쓸한 음식. 🍒

❄출처 : 박목월 시집,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시인생각,2013.

🍎 해설

박목월 시인의 시들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가난한 삶에 대한 뜨거운 정이, 친근한 사투리와 군더더기 없는 표현 속에 잘 녹아 있다.

이 시도 그렇다.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적당하게 맛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적막한 식욕이라는 제목이 이를 암시한다.

그들은 싱겁고 심심하고 구수하고 못나고 소박하고 하지만 맛있는 데가 있는 사람들이다. 모밀묵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모밀묵을 함께 먹으면서 하나가 된다. 이게 삶이다.

모밀묵처럼 조금은 심심하지만 찰진 데가 있고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면서 적당히 맛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2015년, 40명의 유명한 시인들이 박목월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헌정 시집을 발간했다. 그 시집의 제목이 바로 “적막한 식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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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
보이소 웃마을 이생원 앙인기요
서로 불러 길을 가며 쉬며 그 마지막 주막에서
걸걸한 막걸리 잔을 나눌 때
절로 젓가락이 가는
쓸쓸한 음식.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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