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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무명시인M 2022. 7. 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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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Source: www. pixabay. com

운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고백적 어조로 윤동주 특유의 부끄러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시.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194263

 

출처 : 1947213일 정지용 시인의 소개문과 함께 경향신문에 처음으로 발표.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1948.

 

🍎 해설

*육첩방(六疊房): 일본 전통가옥에서 6장의 다다미가 깔린 작은 방(3).

 

윤동주가 쓴 마지막 시다.

이 시는 고백적 어조로 윤동주 특유의 부끄러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시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시이다.

이 시는 식민지 시대에 조국을 떠나 일본에 유학하면서 시나 쓰고 있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자책하고, 자아를 성찰한 다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좌절과 번민 그리고 무력감을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시인의 사명감을 자각하는 모습을 고백적으로 솔직하게 표출하고 있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자기가 자신과 악수를 한다. 어두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결코 체념하지 않고 스스로의 손을 잡는다.

현실 속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 속의 나와 그러한 모습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내면적 나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열된 두 내가 나누는 최초의 악수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지닌다.

 

자아성찰과 현실 극복의지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 내 친구 윤동주

- 강처중(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절친,전 경향신문 기자, 해방후 윤동주의 첫 시집 정음사판 국내 최초 출간에 기여)

 

친구들에게 외투와 시계를 내주던 동주

동주는 별로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었건만 그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가득 차있었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동주 있나"하고 찾으면 하던 일을 모두 내 던지고 빙그레 웃으며 반가이 마주 앉아 주는 것이었다.

"동주 좀 걸어 보자구"이렇게 산책을 청하면 싫다는 적이 없었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산이든 들이든 강가이든 아무런 때 아무데를 끌어도 선뜻 따라 나서는 것이었다. 그는 말이 없이 묵묵히 걸었고 항시 그의 얼굴은 침울하였다. 가끔 그러다가 나오는 외마디 비참한 고함을 잘 질렀다.

"-"하고 나오는 외마디 소리! 그것은 언제나 친구들의 마음에 알지못할 울분을 주었다.

 

"동주 돈 좀 있나" 옹색한 친구들은 곧잘 그의 넉넉지 못한 주머니를 노리었다. 그는 있고서 안주는 법이 없었고 없으면 대신 외투든 시계든 내 주고야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그의 외투나 시계는 친구들의 손을 거쳐 전당포 나들기를 부지런이 하였다.

 

동주가 거절했던 일 두 가지

이런 동주도 친구들에게 굳이 사양하는 일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동주 자네 시 여기를 좀 고치면 어떤가"하는데 대하여 그는 응하여 주는 법이 없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하여 한 편 시를 탄생시킨다. 그 때까지는 누구에게도 그 시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보여주는 때는 하나의 옥이다. 지나치게 그는 겸허온순하였건만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를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한 여성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이 사랑을 그 여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끝내 고백하지 아니하였다. 그 여성도 모르는 친구들도 모르는 사랑을 회답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는 사랑을 제 홀로 간직한채 고민도 하면서 희망도 하면서-

쑥쓰럽다 할까 어리석다 할까? 그러나 이제 와 고쳐 생각하니 이것은 한 여성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을 "또 다른 고향"에 관한 꿈이 아니었던가. 어쨌든 친구들에게 이것만은 힘써 감추었다.

 

동주의 마지막 유언

그는 간도에서 나고 일본 후쿠오카에서 죽었다. 이역에서 나고 갔건만 무던이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좋아하더니 - 그는 나의 친구기도 하려니와 그의 아잇적동무 송몽규와 함께 독립운동의 죄명으로 이년형을 받아 감옥에 들어 간채 마침내 모진 악형에 쓸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몽규와 동주가 연전을 마치고 교토에 가서 대학생 노릇하던 중도의 일이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나 마지막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운명했지요. 짐작컨대 그 소리가 마치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는듯 느껴지더군요"

이 말은 동주의 최후를 감시하던 일본인 간수가 그의 시체를 찾으러 후쿠오카에 갔던 그 유족에게 전하여준 말이다. 그 비통한 외마디소리! 일본간수야 그 뜻을 알리만두 저도 그 소리에 느낀바 있었나 보다. 동주 감옥에서 외마디소리로서 아주 가 버리니 그 나이 스물아홉, 바로 해방되던 해다. 몽규도 그 며칠 뒤 따라 옥사하니 그도 재사였느니라. 그들의 유골은 지금 간도에서 길이 잠들었고 이제 그 친구들의 손을 빌어 동주의 시는 한 책이 되어 길이 세상에 전하여 지려한다.

불러도 대답 없을 동주 몽규었만 헛되나마 다시 부르고 싶은 동주! 몽규!

출처 :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1948, 발문. 서문은 정지용 시인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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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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