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좋은 시 친구처럼. 올 한 해도 다 지나가고 있다.
친구처럼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 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
❄출처 : 문정희, 친구처럼, 남자를 위하여, 민음사, 1996.
🍎 해설
오늘은 올 한 해도 다 지나가는 11월의 끝자락 일요일이다. 나무들도 잎을 다 떨구었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야속한 이 세월은 고장도 없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래도 문정희 시인의 야속한 이 세월은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히 다가와 어깨를 투욱 치며 몇마디 말을 남긴다. 너와 나 자연처럼 언젠가는 이별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잘 하자, 온 몸으로 사랑할 때는 사랑하라, 청춘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 등등.
그렇다. 내 남은 여생 중에서는 내년이 가장 청춘이다.내년에는 무얼 할 것인가? 세월이 또 친구처럼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치기 전에 한번 성찰해 보기로 한다.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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