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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 좋은 시 장식론1

무명시인M 2021. 12. 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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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 좋은 시 장식론1. Source: www. pexels. com

홍윤숙 좋은 시 장식론1. 여자들이 공감하는 유명한 시다.

장식론1

/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 陳腐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 보면

쇼우윈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일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 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

 

출처 : 홍윤숙, 장식론 1, 현대문학 124, 19654, 홍윤숙 시집 장식론, 시인생각, 2013.

 

🍎 해설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는 시다. 여자들은 이 시에 대해 대부분 공감한다.

 

🌹유안진 시인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늘어진 목줄기에 마후라를 감아 싸매어 감출 수 있어, 몹시 추위를 타면서도 오직 그 하나의 이유로 나는 겨울이 좋다.

유안진 시인, 중앙일보 기고문(2003)에서 발췌.

 

🌹 김재홍 문학평론가의 해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린아가들, 그리고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 모습 자체가 꽃이나 보석처럼 빛나는 형상이지요. 살결이 부드럽고 청순하며 생명력이 싱싱하여 육체와 정신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소년·소녀들은 마치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싱그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 가면서 싱싱함이 조금씩 줄어들고 싱그러운 정신이 마모돼 가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화장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하나 둘씩 장식을 달아 가기 마련일 겁니다. 시구 그대로 "여자가 / 장식을 하나씩 / 달아 가는 것은 / 젋음을 하나씩 / 잃어 가는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젊은 날은 / 젊음 하나만도 /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습니까?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젊음 하나로 빛나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녹슬어 가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화장을 하는 일로서 그것을 새롭게 고쳐 보려 노력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 각종 보석이나 장신구로 치장하면서 그 허전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 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한 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 돌아와 / 몰래 / 진보라 고운 /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 달래어 본다" 라는 결구 속에는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의 쓸쓸함, 조금씩 늙어 가고 낡아 간다는 것에 대한 허전함을 스스로 위무하고 삶의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안간힘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새삼 여성들의 그 애틋한 마음이 가슴 속에 애잔한 울림을 주는군요. 그러고 보니 눈가에 조금씩 주름살이 늘어 가는 그대가 문득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왠 까닭인가요?

- 김재홍 편저, 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에서 발췌.

 

🌹 장식론 연작시

홍윤숙 시인(1925~2015)은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장식론연작시에서 늙어가는 쓸쓸함과, 열정과 꿈이 사라지며, 인간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드디어 장식을 벗어나는 과정까지 묘사한다. 여성성이 사라지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젊음을 잃은 것 못지않게 여성은 나이를 먹으며 절대 고독 속에서 충만한 자기 내면과 만나게 됨을 표현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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