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좋은 시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살다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
❄출처 : 나태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2005), 나태주 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나는 어려서부터 미국을 두려워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미국은 먼 나라, 큰 나라, 힘센 나라, 호통 치는 나라, 기름진 나라였습니다.
조그만 반미주의자였다고나 할까요. 그런 내가 맨 처음 미국여행을 한 것은 2003년도. 비록 느즈막한 나이였지만 1893년도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처음 만나 그 감동을 기록한 ‘신세계 교향곡’의 신선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찍이 많은 교포문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더 잘 살아보겠다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고 더러는 고국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지요.
그 곳에서 만난 M이라는 여성문인이 있었습니다. 고국에서 간호사를 했던 여인입니다. 미국에 가서는 마켓을 운영하여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친, 억척빼기 여인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서 책으로 낸 문인이기도 합니다.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이었지만, 웃는 얼굴이 곱고 손길이 매우 부드러운 여성이었습니다. 세 차례 미국 나들이 길에 살갑게 대해주는 그녀에게 빠져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누님이라고 불렀지요. 누님이 없는 나. 평생 좋아할 누님이 생겼다 좋아했지요. 그녀는 그 뒤 몇 차례 한국에 왔습니다. 올 때마다 연락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여정을 염려하는 시간이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의 작품은 그런 그녀의 한국 여행을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나의 마음을 담은 소품입니다.
한 시절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일평생 몇 번이나 그런 허방다리를 짚었던 것일까요. 사랑은 가고, 후회도 가고, 그 뒷자리에 초라한 시가 몇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 있을 뿐입니다.
- 나태주,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 4부 본문 중에서 발췌, 리오북스, 2016.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묻고 또 묻는다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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