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안도현 좋은 시 가을의 소원

무명시인M 2021. 9. 1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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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좋은 시 가을의 소원.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안도현 좋은 시 가을의 소원. 당신의 이번 가을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 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출처 : 안도현, 가을의 소원,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 해설

가을은 좀 서글픈 계절이다.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까닭없이 서글퍼진다. 센티멘탈리즘인가? 열매의 계절이긴 하나 여름에 그렇게 싱싱하게 푸르던 풀과 나무들이 힘없이 누렇게 변해 가기 때문일까? 풀벌레가 초록이 그리워서 마지막 작별 노래를 하기 때문일까?

 

시인의 가을의 소원 중 가슴에 와 닿는 게 많다.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이 시를 패러디해 보기로 한다.

내 가을의 소원은

빨간 장미 꽃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

내 젊음과 꿈의 푸른 빛이 저 높은 가을 하늘에 밀려 나지 않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혼자 우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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