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좋은 시 목계장터

무명시인M 2021. 6. 3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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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목계장터. 사진: 목계장터 재현, 충주시청 홈페이지.

신경림 좋은 시 목계장터. 신경림 시인의 3대 명시 중 하나다.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해설

방랑과 정착의 삶 가운데 고뇌하고 있는 인간의 운명을 형상화하고 있다. 민요조의 운률을 살린 아름다운 서정시다. 구름, 바람, 장돌뱅이는 방랑을 암시하는 시어들이다. 반면에 들꽃, 잔돌은 정착을 암시하는 시어들이다.

 

시인은 처음에는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방랑의 운명을 타고났다 하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라고 하면서 정착의 삶 역시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방랑과 정착의 운명을 마지막에 각각 한 구씩 사용하면서 이러한 인간의 운명적 고뇌를 강조한다.

 

🌹 시 목계장터의 탄생 배경

기자: 목계장터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한 말씀해 주신다면?

 

신경림: 저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향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고향에서 얼른 떨어져 나와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고향을 좀 떠나서 가족도 지긋지긋하고 부모형제도 보기 싫고 또 집안사람도 안 좋아하고 동네 사람들도 시끄러워 가지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자는 것이 꿈이었는데 처음 제가 생각한 것이 목계장터라는 곳이죠.

목계장터를 쓰게 된 것도 제일 어릴 때 먼저 생각했던 것, 여하간 고향을 떠나서 살자는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가장 멀리 떠나는 곳이 목계 장터여서 목계 장터라는 시를 쓰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목계 장터는 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서 남한강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던 곳이다. 시인의 고향은 충주이고 목계나루도 같은 충주에 있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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