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단편소설

알퐁소 도데 별 <전문 및 해설>

무명시인M 2021. 6.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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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소 도데 별 <전문 및 해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알퐁소 도데 별 <전문 및 해설>. 동서양의 사랑을 받는 플라토닉 러브 이야기다.

/알퐁소 도데

내가 뤼브롱 산맥 위에서 양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몇 주일 동안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라브리라는 개와 양들을 데리고 목장 안에 홀로 남아 있었습니다. 가끔 몽드 뤼르산의 수도자가 약초를 찾으러 지나가기도 하고, 피에몽 산록 지방의 어느 숯장이의 검은 얼굴을 보곤 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고독하기 때문에 말이 없었고 이야기하는 흥미조차 잃고 있었기 때문에, 산 아랫마을이나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름마다 2주일분의 식량을 운반해 오는 주인 농장의 노새의 방울 소리가 들릴 때라든지, 머슴 아이의 명랑한 얼굴이라든지,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의 짙은 다갈색 머릿수건이 고개 위에 점점 나타날 때에는 나는 정말 견딜 수 없이 기뻤습니다.

 

나는 산 밑 마을의 여러 가지 소문, 이를테면 세례받는 일이라든지, 시집가고 장가가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주인집 아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아는 일이었습니다. 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이 근방의 백 리 안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체하면서, 아가씨가 곧잘 식사나 모임에 초대되고 있는지, 여전히 아가씨에게 새 얼굴의 젊은이들이 호감을 사려고 모여들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만약 산에서 양을 치는 하찮은 나에게 있어서 그런 일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나는 20세이며, 저 스테파네트 양이야말로 내가 본 여성 중에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그러던 어느 일요일의 일인데, 기다리던 2주일분의 식량이 아주 늦게 도착 했는데, 그 이유를, 아침 나절에는 큰 미사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오 가까이가 되자 심한 소나기가 쏟아졌기 때문에 이젠 길이 나빠서 노새가 떠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세 시쯤이 되어 겨우 하늘이 말끔히 개고 산이 물기와 햇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때,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물이 불어 시냇물이 넘쳐 흐르는 소리에 섞여 부활제 날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카리용 소리만큼 명랑하고 빠른 방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뜻밖에도 주인집 아가씨가 나타났습니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그런데 노새를 데리고 온 것은 작은 머슴아이도 아니고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누구였겠어요? 바로 그 아가씨였던 것입니다! 버드나무 바구니 사이에 몸을 곧게 세우고 걸터 앉은, 산의 대기와 소나기 후의 맑은 바람으로 뺨이 아주 장미빛으로 물든 바로 그 아가씨였던 것입니다.

 

어린 머슴은 아팠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로 아이들의 집에 가있다고, 예쁜 스테파네트 양은 노새에서 내리면서 나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가 이렇게 늦은 것은 오는 도중에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꽃 리본과 화려한 치마와 레이스 등을 단 성장한 아가씨의 모습을 보면, 숲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디선가 춤을 추고 있다가 늦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 귀여운 아가씨! 나는 언제까지나 아가씨를 싫증 내지 않고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가씨를 본 일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겨울에 양 떼들이 들판으로 내려오게 되면 나는 주인집에서 때때로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때 아가씨는 큰방을 가로 질러 갈 때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잘 차려입은 아가씨는 하인들에게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약간 으스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가씨가 내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나에게만 용건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타오르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스테파네트양은 바구니에서 식량을 꺼내면서 신기한 듯이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때묻기 쉬운 아름다운 외출복 치마를 약간 들어올리고 아가씨는 양의 우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내가 자는 자리와 양의 가죽을 깐 짚방석,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나의 큰 모자가 달린 외투며 지팡이며 화승총 등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아가씨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여기서 살고 있군요. 항상 혼자서 얼마나 따분할까요! 무엇을 하고 있어요? 어떤 일을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아가씨 당신의 생각을....." 하고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해도 거짓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주 당황해서 분명하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가씨도 그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술궂은 아가씨는 농담을 해서 나를 한층 더 곤란하게 만들고는 재미있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당신의 상냥한 여자 친구는 때때로 당신을 만나러 올라오나요? 그건 아마 황금의 암염소가 아니면 산봉우리밖에는 돌아 다니지 않는 선녀 에스테렐이 틀림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나에게 말하고 있는 자신이 고개를 숙이고 귀엽게 웃는 것이라든지, 분주하게 왔다가 급히 자취를 감추곤 하는 것이 마치 선녀 에스테렐과 꼭 같았습니다.

 

"그럼 안녕."

 

"안녕히 가셔요, 아가씨."

 

이리하여 아가씨는 빈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집 아가씨가 그냥 돌아가자 나는 실망했습니다. .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아가씨가 작은 길을 따라 자취를 감추어 버리자, 당나귀의 말굽에 채어 구르는 조약돌이 나에게는 마치 심장 위에 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 돌들이 구르는 소리를 언제까지나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꿈을 깨우지 않으려고 해가 질 때까지 까딱하지 않고 잠에 취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 골짜기가 푸르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하고 양들이 우리로 돌아오면서 매애하고 울며 서로 밀치고 있을 때, 고갯길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가씨의 모습이 눈앞에 다가 왔습니다. 그러나 아가씨는 조금 전과는 아주 딴판으로 옷이 물에 젖은 채 추위와 공포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산기슭에 이르러 소나기 때문에 물이 분 소르그강을 무리하게 건너려고 하다가 물에 빠질 뻔했던 모양입니다. 곤란하게도 이렇게 밤이 되어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름길은 있어도 아가씨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양 떼를 절대로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밤을 산 위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집안 사람이 걱정할 것이기 때문에 아가씨는 몹시 괴로워하였습니다. 나는 되도록 아가씨를 안심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아가씨, 칠월은 밤이 짧습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아가씨의 발과 소르그강의 물에 흠뻑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급히 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양젖과 치즈를 가져다 아가씨 앞에 놓았습니다. 그러나 가엾게도 아가씨는 불을 쬐려고도 하지 않을 뿐더러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씨의 눈에 굵은 눈물 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자 나도 울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아주 밤이 되었습니다. 산꼭대기에 뽀얀 햇살과 희미한 석양빛이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아가씨에게 우리 안에 들어가 쉬게 하려고 생각하였습니다. 새로운 볏짚 위에 새롭고 예쁜 양가죽을 깔고 아가씨에게 "편히 주무셔요."라고 말한 다음 나는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앉았습니다.

 

하느님이 증인이 되어 주십니다. 마음의 불길에 피가 타오를 듯했지만, 불순한 생각은 티끌만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한구석에서, 나의 보호에 마음 편히 주무시고 계시다고 생각하니 커다란 자랑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까지 하늘이 이렇게 끝없고 별이 이렇게 빛나 보인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의 나무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양이 나타났습니다. 아가씨는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양들이 움직이며 바삭바삭 소리를 내기도 하고, 꿈을 꾸며 매애 소리를 지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아가씨는 모닥불 옆으로 나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그것을 보고 나는 나의 염소 털가죽으로 아가씨의 어깨를 덮어 주고 불을 많이 지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서로 가까이 다가앉아 언제까지나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노천에서 밤을 지낸 일이 있다면, 사람이 잠들고 있는 시간에 어떤 신비스러운 세계가 고독과 고요 속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그때 생물은 한층 더 맑게 갠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눈에서는 작은 불꽃이 여러 개 빛을 냅니다. 산에 사는 모든 정령들이 자유로이 오가고 대기 속에는 희미한 음향과 가볍게 스치는 정도의 희미한 울림이 들립니다. 그것은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고 풀이 돋아나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낮은 생물의 세계이지만 밤은 무생물의 세계입니다. 이러한 사물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밤에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아가씨도 바들바들 떨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나에게 바싹 다가붙었습니다.

 

한 번은 길고 음산한 외침소리가 저 아래쪽의 반짝이는 못으로부터 나와, 물결을 치면서 우리들 쪽으로 올라왔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유성 하나가 마치 지금 들린 저 구슬픈 음향이 빛을 동반하고 있듯이 우리들 머리 위를 지나 같은 방향으로 흘러 갔습니다.

 

"저건 무엇이죠?"

 

하고 스테파네트양이 낮은 소리로 물었습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입니다. 아가씨."

 

하면서 나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아가씨도 성호를 그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더니 마침내 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가씨는 별 이름을 물어 왔습니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그럼 당신들 양치는 사람은 마법사라는 말이 정말인가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이렇게 늘 별 가까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평지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별의 세계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아가씨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마치 귀여운 하늘의 목동처럼 양의 털가죽에 싸여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많을까요. 어쩌면 저렇게도 예쁠까! 이렇게 많은 별을 나는 본 일이 없어요..... 당신은 저 별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어요?"

 

"알고 말고요, 아가씨..... , 이것 보셔요! 우리들 바로 위에 있는 것은 '성 야고보의 길'(은하수)입니다. 저것은 프랑스에서 곧장 에스파니아까지 간답니다. 샤를마뉴 대왕이 사라센과 싸울 때 갈리스의 성 야고보가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좀더 멀리 있는 것은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네 개의 차바퀴를 가진 '영혼의 수레'(큰곰자리)입니다. 그 앞을 가는 세 개의 별은 '세 마리의 짐승'이고, 세번째의 짐승 옆에 있는 저 훨씬 작은 것이 '수레꾼'입니다. 보셔요. 주위에 비오듯 가득히 쏟아지는 별이 흩어져 있지요? 저것은 하느님이 자기 곁에는 두고 싶어하지 않은 영혼입니다... 저 조금 밑에 있는 것이 '갈퀴', 혹은 별명으로 '삼왕성'(오리온 성좌)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시계의 역할을 해줍니다.그것만 보아도 나는 지금은 한밤중이 지났다는 것을 압니다. 좀더 아래쪽에, 역시 남쪽 방향이지만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어스 성좌) 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 별에 대해서 우리 양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이 삼왕성이나 '병아리 바구니'(뷱두칠성)와 함께 친구 별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고 합니다. 부구칠성은 제일 급히 먼저 떠나 높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 저별을 보셔요, 하늘 꼭대기에 있잖아요. 삼왕성은 좀더 낮게 지름길로 해서 북두칠성을 뒤쫓았습니다. 그런데 저 게으름뱅이인 시리어스 성좌는 너무 늦게까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늦게 처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서 먼저 간 두 별을 멈추게 하려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삼왕성은 '시리어스 성좌의 지팡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 여러 별들 가운데 제일 아름다운 별은 우리들의 별인, 우리들 목동들이 양 떼를 몰고 나가는 새벽녘이나, 데리고 돌아오는 저녁때에 우리들을 비쳐 주는 '목동의 별'입니다. 우리들은 이 별을 직녀성이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직녀성은 견우성의 뒤를 쫓고, 그리고 칠 년째마다 한 번식 견우성과 결혼합니다."

 

"어머나, 그럼 별님의 결혼이라는 게 있어요?"

 

"그럼요, 아가씨."

 

그리고 내가 별의 결혼이 어떤 것인가 설명해 주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상쾌하고 부드러운 것이 나의 어깨에 가벼이 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리본과 레이스와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곱게 누르면서 나에게 기대어 온 아가씨의 잠든 무거운 머리였습니다.

 

아가씨는 하늘의 별들이 햇빛으로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슴을 약간 두근거리면서, 그러나 여러 가지 아름다운 추억만을 나에게 안겨준, 이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아가씨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나는 저 숱한 별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 앉아 고이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원 제목에는 프로방스 지방의 어떤 목동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이 있다.

출처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고 김붕구 교수의 번역본: 버전이 여러 번 바뀌었음).

 

🍎 해설

마지막 수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가 1885년에 발표한 명작 단편소설이다.

 

목동이 주인집의 아가씨를 연모하다가, 자신의 외딴 쉼터에서 하룻밤 보내게 된 그녀를 섹스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애정으로 지켜주는 모습과 심리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다. 당시 프랑스의 문란한 연애 문화를 비판하면서 플라토닉 러브를 보여 주려고 쓴 소설이다.

 

사춘기 소년의 풋풋한 짝사랑을 그린 플라토닉 러브의 교과서이자 바이블급의 소설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붙박이로 수록되었던 단편소설이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풋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이 소설은 스무살의 건장한 목동과 그가 연모해 오던 18세의 주인집 아가씨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야기다. 한참 목동의 이야기를 듣던 주인집 아가씨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고, 목동은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해가 뜰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아가씨를 지켜보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님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노라고.

 

단편소설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은 사건이다. 이 소설엔 사건이 없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20세의 건장한 청년이 자기가 연모하는 18세 아가씨와 산봉우리 외딴 곳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그대로 보낸 것은 대형 사건이다. 오늘날에도 이 단편소설은 동서양에서 사랑을 받는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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