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좋은 시 저물 무렵. 당신의 첫 키스는? 청춘을 아프게 반추하는 안도현 시인의 좋은 시. 저물 무렵 /안도현 그 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서 강물이 사라지는 쪽 하늘 한 귀퉁이를 적시는 노을을 자주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둘 다 말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 애와 나는 저무는 세상의 한쪽을 우리가 모두 차지한 듯싶었습니다. 얼마나 아늑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는지요. 오래오래 그렇게 앉아 있다가 보면 양쪽 볼이 까닭도 없이 화끈 달아오를 때도 있었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붉은 노을 때문인 줄로 알았습니다. 흘러가서는 뒤돌아 오지 않는 물소리가 그 애와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그 애는 날이 갈수록 부쩍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었고 나는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