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곡(小曲) /박남수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한 행의 시구 읽고 나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쓰고 지우고, 결국은 흰 여백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 ❄출처 : 박남수 시집, 『박남수 전집』, 한양대학교출판부, 1998. 🍎 해설 시인들이 좋아하는 명시다. 짤막하면서도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압축해 놓았다. 박남수 시인(1918~1994)은 가족들을 미리 미국으로 보내놓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다가 구하지 못하고 1975년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하여 낯선 땅에 살면서도 민족시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