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좋은 시 음지의 꽃. 희망은 상처에서 시작된다. 버섯처럼. 음지의 꽃 /나희덕 우리는 썩어가는 참나무떼, 벌목의 슬픔으로 서 있는 이 땅 패역의 골짜기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겨울을 난다 함께 썩어갈수록 바람은 더 높은 곳에서 우리를 흔들고 이윽고 잠자던 홀씨들 일어나 우리 몸에 뚫렸던 상처마다 버섯이 피어난다 황홀한 음지의 꽃이여 우리는 서서히 썩어가지만 너는 소나기처럼 후드득 피어나 그 고통을 순간에 멈추게 하는구나 오, 버섯이여 산비탈에 구르는 낙엽으로도 골짜기를 떠도는 바람으로도 덮을 길 없는 우리 몸을 뿌리 없는 너의 독기로 채우는구나 🍒 ❄출처 :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창비,1999. 🍎 해설 음지의 꽃은 버섯이다. 이 시는 벌목 당한 참나무 떼에서 피어나는 표고버섯을 형상화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