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국화 앞에서.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꽃.국화 앞에서 /김재진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꺽고 싶은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 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