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무명시인M 2023. 8. 17.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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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 죽 한 사발.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죽 한 사발이 되고 싶다.

죽 한 사발

/박규리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

 

출처 :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 2004.

 

🍎 해설

죽과 같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사람이다. 결국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다. 그런 참을성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어 치유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이란 인고다.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래야만 죽 한 사발이 되어 그대 마음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

 

🌹 박규리 시인

1995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민족예술가구를 옮기다가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한자 표기는 박규리(朴奎俚).

 

박규리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시인이다. 시인은 지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전북 고창에 있는 미소사(微笑寺)에서 공양주로 절 살림을 맡아오고 있다. 등단 직후부터 8년여 동안 속세를 등진 채 외롭게 시를 써온 것이다. 시인이 처음 절을 찾게 된 이유는 몸과 마음속 깊은 상처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경림 시인은 박규리의 시에 대해 새파란 칼날의 매서움과 봄 햇살의 부드러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너무 많은 말을 하지도 않고 너무 말에 인색하지 않은 시문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 :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 2004, 출판사의 소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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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나도 언제즘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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