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복효근 짧은 시 홍시. 홍시도 제 나름의 역사가 있다.
홍시
/복효근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출처 : 복효근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2017.
🍎 해설
이 짧은 시는 인간사 갈피마다 켜켜이 쌓이는 파란 곡절을 고도의 집중과 함축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홍시에도 파란 곡절의 역사가 있다.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의 역사가 있다.
그 무엇보다도 그 떫은 피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게 만든 인고의 과정이 있다. 절창이다.
홍시나 과일들도 제 나름의 빛깔과 맛과 역사가 있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겪어야 하는 인고의 세월은 홍시의 역사와 같다. 떪은 땡감이 보기좋고 먹기 좋은 홍시가 되기까지의 길은 온갖 천둥과 어둠과 풍상을 겪은 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사의 갈피 갈피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반응형
'짧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태주 짧은 시 바람 부는 날 (0) | 2023.08.03 |
---|---|
이기철 짧은 시 애잔 (2) | 2023.07.31 |
정진규 짧은 시 무작정 (0) | 2023.07.04 |
박용래 짧은 시 겨울밤 (0) | 2023.06.30 |
허영자 짧은 시 나팔꽃 (2) | 2023.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