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복효근 짧은 시 홍시

무명시인M 2023. 7. 1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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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짧은 시 홍시.

복효근 짧은 시 홍시. 홍시도 제 나름의 역사가 있다.

홍시

/복효근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출처 : 복효근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2017.

 

🍎 해설

이 짧은 시는 인간사 갈피마다 켜켜이 쌓이는 파란 곡절을 고도의 집중과 함축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홍시에도 파란 곡절의 역사가 있다.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의 역사가 있다.

 

그 무엇보다도 그 떫은 피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게 만든 인고의 과정이 있다. 절창이다.

 

홍시나 과일들도 제 나름의 빛깔과 맛과 역사가 있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겪어야 하는 인고의 세월은 홍시의 역사와 같다. 떪은 땡감이 보기좋고 먹기 좋은 홍시가 되기까지의 길은 온갖 천둥과 어둠과 풍상을 겪은 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사의 갈피 갈피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진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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