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피천득 좋은 시 창밖은 오월인데

무명시인M 2022. 5. 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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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좋은 시 창밖은 오월인데. Source: www. pixabay. com(호암미술관 담장의 라일락, 5월)

피천득 좋은 시 창밖은 오월인데. 5월의 시인이 5월을 노래한다.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라일락 꽃길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

 

출처 : 피천득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 민음사, 2018.

 

🍎 해설

오늘은 오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오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오월의 시인으로 알려진 피천득 시인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했다. 피천득 문학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이 가장 잘 드러난 이미지가 5월이고, 그와 같은 오월의 청신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창밖은 오월인데라는 시라고 평가되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여운이 가득한 시상이 이루는 조화가 아름답다.

 

이 시는 이 좋은 5월에 라일락 향기도 맡지 못하면서, 또 연애도 하지 못하면서 일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격려를 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 좋은 5월에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딸에게 보내는 격려다.

 

5월은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이다. 사랑을 하기에도 아까운 순간이다. 라일락은 향기뿐만이 아니라 잎사귀 모양도 사랑의 하트 모양이다.

 

그런데 딸은 이 좋은 5월에 미적분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수학은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고 알고나면 기쁨을 준다. 그러나 수학의 아름다움은 수녀원 원장처럼 고매해서 가까이에서 사귀기가 어렵다.

 

가시나무에도 장미가 피어 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차갑고 대화가 없고 냉정할 뿐이다. *마담 마리 큐리 박사도 딸인 너도 이 좋은 5월에 공부에 파묻혀 사는 고행의 딸이다.

*마리 큐리 박사는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수상자. 따님 피서영은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중인 물리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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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길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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