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시련에 굴복하지않고 다시 시작한다. 자장면으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는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가차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신발도 누더기가 되어야만 길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사랑한 길과 사랑해야 할 길이 아침이슬에 빛날
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 포옹』, 창비, 2007.
🍎 해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실패가 따르게 되고 삶의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열심히 살아온듯했던 지난 날도 누더기일 뿐이다. 새들조차 내 머리에 똥을 싸며 나를 얕보고 있다. 몸은 약해져 쥐새끼같은 병균이 내 몸을 갉아먹고 있다.
재산이라곤 낡은 칫솔 하나 뿐이다.
그러나!!
다시 살아야 한다. 부러진 젓가락이라도 움켜 쥐고 먹다 만 단무지를 반찬 삼아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야겠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여러분도 좌절과 시련을 겪을 때, 그 시련에 굴복하지 말고 자장면을 곱빼기로 먹으면서 다시 살아나시길 바란다.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한 길과 사랑해야 할 길이 아침이슬에 빛날
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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