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자 좋은 시 자수. 자수는 왜 하십니까? 자수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을 듯 머언 극락정토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출처 : 허영자, 자수, 허영자 전시집, 마을, 1998. 🍎 해설 이 시는 일체의 군말을 배제한 시어의 절제를 통해 압축미를 보여 준다. 바쁜 틈을 타서 잠시 수를 놓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뇌와 슬픔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간다. 시인은 자수를 하는 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사랑의 슬픔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온갖 번뇌에서 벗어난 상태에 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