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좋은 시 살아 있는 날은.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향기로운 연필로 일기를 쓰고 싶지 않으십니까. 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출처 : 이해인, 살아있는 날은,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 분도출판사, 1989. 🍎 해설 특별한 기교없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표현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다.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