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온다.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 ❄출처 :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 해설 누구에게나 슬퍼할 수 없고, 슬퍼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온다. 풍뎅이가 한 번 엎어지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리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는 슬픈 상황, 입이 있어도 그 입이 아무 소용 없는 그런 슬픔이다.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