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 모자. 모자를 쓰면 여행을 간 기분이다. 모자 /신현정 나는 분명히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보지를 못한다 그것도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인데 말이다 아무려나 나는 모자를 썼다 레스토랑으로 밥 먹으러 가서도 모자를 쓰고 먹고 극장에서도 모자를 쓰고 영화를 보고 미술관에서도 모자를 쓰고 그림을 감상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콧수염에 나비넥타이까지 했다 모자를 썼으므로 난 어딜 조금 가도 그걸 여행이거니 한다 나는 절대로 모자를 벗지 않으련다 이제부터는 인사를 할 때도 모자를 쓰고 하리라. 🍒 ❄출처 : 신현정 시집, 『난쟁이와 저녁식사를』, 호북인민출판사, 2009. 🍎 해설 모자를 쓰면 어디에 조금 가도 먼 데 가는 것 같다. 여행하는 때처럼 재미가 있다. 공작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콧수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