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수필 거리의 악사를 감상해 보자.대작가의 자기 성찰을 만나게 된다. 거리의 악사 / 박경리 작년과 금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거리의 악사(樂士)다. 전주에 갔을 때, 아코디언을 켜고 북을 치면서 약 광고를 하고 다니는 풍경에 마음이 끌렸고, 작년 가을 대구에 갔을 때, 잡화를 가득 실은 수레 위에 구식 축음기를 올려 놓고 묵은 유행가 판을 돌리며 길모퉁이로 지나가는 행상의 모습이 하도 시적이어서 작품에서 써먹은 일이 있지만, 역시 작년 여름, 진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때는 새로 착수한 작품을 위해 자료 수집과 초고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났었다. 일 없이 갔었으면 참 재미나고 마음 편한 혼자 여행일 테지만 일을 잔뜩 안고 와서, 그것이 제대로 되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