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좋은 시 친구처럼. 올 한 해도 다 지나가고 있다. 친구처럼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 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 ❄출처 : 문정희, 친구처럼, 남자를 위하여, 민음사, 1996. 🍎 해설 오늘은 올 한 해도 다 지나가는 11월의 끝자락 일요일이다. 나무들도 잎을 다 떨구었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야속한 이 세월은 고장도 없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