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소풍. 자식이 앞으로 어려운 세상을 살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은? 소풍 /나희덕 얘들아, 소풍가자. 해 지는 들판으로 나가 넓은 바위에 상을 차리자꾸나. 붉은 노을에 밥 말아 먹고 빈 밥그릇에 별도 달도 놀러오게 하자. 살면서 잊지 못할 몇 개의 밥상을 받았던 내가 이제는 그런 밥상을 너희에게 차려줄 때가 되었나보다. 오갈 데 없이 서러운 마음은 정육점에 들러 고기 한 근을 사고 그걸 싸서 입에 넣어줄 채소도 뜯어왔단다. 한 잎 한 잎 뜯을 때마다 비명처럼 흰 진액이 배어 나왔지. 그리고 이 포도주가 왜 이리 붉은지 아니? 그건 대지가 흘린 땀으로 바닷물이 짠 것처럼 엄마가 흘린 피를 한 방울 씩 모은 거란다. 그러니 얘들아, 꼭꼭 씹어 삼켜라. 그게 엄마의 안창살이라는 걸 몰라도 좋으니, 오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