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정주지 않고 살고 싶다.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출처 : 김경미 시집, 『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사, 2014. 🍎 해설 김경미 시인은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