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짧은 시 저녁 무렵. 저녁 무렵은 누구에게나 경건한 순간이다. 저녁 무렵 /고은 절하고 싶다 저녁 연기 자욱한 먼 마을 🍒 ❄출처 : 고은, 저녁 무렵, 시인의 마음으로 시 읽기, 사문난적, 2011. 🍎 고은 시인의 자작시 해설 1940년대 후반 중학생이 된 나는 4㎞ 거리의 학교와 집 사이 황톳길을 걸어 다녔다. 비오는 날은 우산 대신 도롱이를 걸쳤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약 4년 동안 이런 길을 오고 갔으므로 길 가녘 우거진 여름날의 각시풀과 꿀먹은 벙어리 같은 돌멩이도 한 핏줄인 양 정이 사뭇 들었다. 방과 후 거의 혼자 돌아오는 시간이 누구에게도 발설하기 싫은 행복이었다. 호젓할 때면 나는 내 동무가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혼자서 복수(復數)였다. 길은 어쩌다 만나는 장꾼이나 소달구지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