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이별 이후. 사랑이 사소한 일이 되어가는 시대는 슬프다.
이별 이후
/문정희
너 떠나간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이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이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
그 사람 되어가며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
❄출처 : 문정희, 『사랑의 기쁨: 문정희 시선집』, 시월, 2010.
🍎 해설
이별 후에도 오히려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아무 일 없었던 듯 태연하게 살아가는 시대는 슬프다.
헤어진 후 사랑했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일은 정말 슬픈 일이다. 그런 시대는 슬프다. AI 시대가 그런 시대가 아니길 바란다.
너 떠나간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이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이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
그 사람 되어가며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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