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혜순 당신의 눈물

무명시인M 2025. 5. 3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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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당신의 눈물.

김혜순 당신의 눈물. 당신의 눈속에 고인 물 한 꾸러미는 내 것이기도.

당신의 눈물

/김혜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
 
❄출처 : 김혜순 시집, 『당신의 첫』, 문학과지성사, 2008.
 

🍎 해설

사랑하는 대상의 눈길 속에 머무르고 싶은 사랑을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시선 안에서 꿈을 꾸면서,
물끄러미 스쳐보는 시선 안에서 잊히지 않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한다.
 
당신의 눈 속에 고인 물 한 꾸러미를 바라보는 그 순간에 내가 보이니
그것은 당신이기도 나이기도 한 눈물이다
 
당신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바로 나로 인한 사랑인 것이리라. 결국, 그 눈가에 매달린 물 한 꾸러미는, 내 것도 당신의 것도 아닌, 나와 당신의 시선이 가장 아름답게 녹아 있는 진실한 형상이다. 그게 사랑이다.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김혜순 시인 세계문학계에서 주목

시인 김혜순(70)이 2025년 2월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죽음의 자서전’으로 5월 27일 독일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HKW)’이 수여하는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 최종 후보(6개 작품)에 올랐다. 최근 유럽에서 김혜순이 뜨겁게 주목받는 점을 고려하면 수상 가능성도 점쳐 볼 만하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시간
물끄러미 물 꾸러미
당신 것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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