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좋은 시 세상의 등뼈. 세상을 곧추 세우는 것은 무작정 대 주는 것이다.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 내게 품을 대 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 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 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 준다는,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으로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 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 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 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 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 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 ❄출처 : 정끝별 시집, 『와락』, 창비, 2008. 🍎 해설 정끝별 시인은 분방한 시적 상상력으로 사랑과 가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