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백석 선우사

무명시인M 2025. 6. 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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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선우사.

백석 선우사. 혼밥을 먹는 분들에게.

선우사(膳友辭)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은 것 같다 🍒

 

출처 : 백석, 정본 백석 시집,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문학동네, 2020.

 

🍎 해설

* 선우사(膳友辭): 반찬 친구들을 위한 헌시

* 세괏은 : '성질이나 기가 센'이란 뜻의 평북 방언

 

코로나 이후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백석의 이 시를 읽으면 혼밥, 혼술도 상관없다.

 

백석은 가자미와 흰밥 같은 사물을 자신과 나란히 놓고, 친구라고 따뜻하게 호명하면서 평소 먹는 반찬에게 이렇게 정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지금 혼자 먹고 있는 흰밥과 가자미와 같은 착한 성정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백석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고 외로워할 까닭도 없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고!

 

욕심 없고 착하고 정갈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마음인지, 얼마나 큰 기쁨의 마음인지 백석은 토로하고 있다. 혼밥이라도 좋다. 백석과 같이 욕심없는 마음만 깆고 있다면...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은 것 같다

흰밥과 가재미도 나도 나와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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