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수필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친정집은 가까운 데가 좋은가?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피천득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아름다운 사랑에서 시작된 결혼이기에 더욱 축하한다. 중매결혼을 아니 시키고 찬란한 기적이 나타날 때를 기다려 온 너의 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예식장에 너를 데리고 들어가는 너의 아버지는 기쁘면서도 한편 가슴이 빈 것 같으시리라. 눈에는 눈물이 어리고 다리가 휘청거리시리라. 시집보내는 것을 딸을 여읜다고도 한다. 왜 여읜다고 하는지 너의 아빠는 체험으로 알게 되시리라. 네가 살던 집은 예전 같지 않고 너와 함께 모든 젊음이 거기에서 사라지리라. 너의 아버지는 네 방에 들어가 너의 책, 너의 그림들, 너의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시리라. 네가 쓰던 책상을 가만히 만져 보시리라.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