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러지다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
❄출처 :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2020.
🍎 해설
구불구불한 강을 만든 것은 강물이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만든 것은 바닷물이었다. 구불구불 돌아서 가는 오솔길을 만든 건 길손들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었다.
구부러진 것들에는 모두 쌓인 사연이 있다. 운명과 같은 역사와 인고의 세월이 있다. 구부러진 사연과 역사, 인고의 시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반칠환 시인의 해설
구부리려는 것들은 구부러진 것들을 닮는다. 강물은 강을 구부리느라 뱀 허리가 되고, 바닷물은 해안선을 구부리느라 쉴 새 없이 남실거린다. 시간은 능선을 구부리느라 모난 발꿈치가 둥글어지고, 목수는 처마를 구부리다 활처럼 등이 굽는다. 길손은 오솔길을 구부리다 제 삶을 에 돌아가고, 오늘도 나를 구부리려는 세상은 결국 나를 닮을 것이다.
- 반칠환 시인의 언론 기고문(2019년)에서 발췌.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