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샘물

샘물
/김달진
숲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았다. 🍒
❄출처 : 김달진 시집, 『김달진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 해설
작은 샘물이 하늘과 바다로 무한히 넓어지는 풍경,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 ‘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아 보는 시인의 모습….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이 장면을 시적으로 묘사하였다. 이 시의 시간은 밤이고 공간은 산이다.
숲속 샘물을 둥근 지구와 우주의 섬으로 바꾸는 감각이 놀랍고도 경쾌하다. 티끌과 우주, 찰나와 영겁의 합일이라고 할까.
삼라만상이 대립하지 않고 융합해 작용하며 무한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양자가 융합하고 일체가 되어 아무런 장애도 없는 경지라고 하겠다.
시인께서는 광복 후에는 유점사에서 하산하여 동아일보사에 잠시 근무하다 대구 · 진해 등지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동양고전과 불경번역사업에 진력하여 『 고문진보(古文眞寶)』 · 『장자(莊子)』 · 『법구경(法句經)』 · 『한산시(寒山詩)』 등의 역서를 남겼다. 생애의 대부분을 산간이나 향리에서 칩거하였으며,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계속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시세계를 견지하였다. 1929년 『 문예공론(文藝公論)』에 시 「잡영수곡(雜詠數曲)」을 첫 작품으로 발표하였다.
1930년대에는 『 시원(詩苑)』 · 『 시인부락(詩人部落)』, 그리고 광복 후에는 『죽순(竹筍)』 등의 시 전문지에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시집 『청시(靑詩)』(1940)를 비롯하여 시전집 『올빼미의 노래』(1983), 장편 서사시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84), 선시집(禪詩集) 『한 벌 옷에 바리때 하나』(1990), 수상집 『산거일기(山居日記)』(1990) 등의 저서를 남기고 있다.
그의 시는 동양적 정밀(靜謐)과 달관의 자세에 기초한 것으로서, 세속적 영욕이나 번뇌를 초탈한 절대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샘물」에서는 이러한 물아일여적(物我一如的) 상상력이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어렵긴해도 읽을수록 맛이 나는 시다.
숲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