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빵
류시화 빵. 빵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그린다.
빵
/류시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
❄출처 :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무소의뿔, 2016.
🍎 해설
우리는 늘 빵을 즐겨 먹는다.
빵이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는 모습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삶의 모습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덜 굽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굽혔다. 어떤 사람은 적당히 잘 굽혔다.
우리가 빵을 먹으면서 고독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작은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빵을 통해 인간의 삶과 고독, 그리고 희망을 묘사하고 있는 철학적인 시다.
철학적이지만, 서정성을 아울러 갖고 있는 훌륭한 시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