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마종기 축제의 꽃

무명시인M 2025. 5. 1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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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축제의 꽃.

마종기 축제의 꽃. 시든 꽃도 따뜻하다.

축제의 꽃

/마종기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물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함께 적셔주리라 🍒
 
❄출처 : 마종기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문학과지성사, 2002.
 

🍎 해설

한창 피어있는 꽃 속뿐만 아니라 시든 꽃 속도 여전히 따뜻하다는 시적 감수성과 통찰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랑이 끝나고 슬픔마저 잠들어버렸다 하더라도, 거기 여전히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부드럽게 누워있는 사랑이 있다. 이별. 이별은 만남이 지니고 있던 따뜻함이 여전히 내부에서 가만히 잠들어, 오히려 기억 속에서 작은 축제가 되는 그런 꽃이다.
어떤 경우이든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물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함께 적셔주리라 
 
https://youtu.be/aT_qcT69vug?si=v4
uUygXvuID6cJf4

 

이승철 노래 :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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