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연애의 법칙
진은영 연애의 법칙. 연애는 감미롭고 따스하기만 한 것인가?
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의 따스한 자갈,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 선수처럼 🍒
❄출처 : 진은영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사, 2018.
🍎 해설
연애란 감미롭고 아름답다. 향기가 백 리를 간다는 백리향의 잎처럼, 부드러운 모래처럼, 해변의 따스한 자갈처럼,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처럼 감미롭고 따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연애에는 쓰디 쓴 법칙이 뒤따른다. 연애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하는 동시에 상처를 입힌다.
이런 연애의 고단함과 고독은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에서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치면서, 구슬땀을 흘리는 권투선수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애의 감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게 연애의 마력이자 연애의 법칙이다.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의 따스한 자갈,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 선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