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광규 나 홀로 집에
무명시인M
2024. 11. 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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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나 홀로 집에
/김광규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창틀에 앞발 올려놓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집 안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
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
무슨 기척이 있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밤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
모두들 떠나가고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
❄출처 : 김광규 시집, 『하루 또 하루』, 문학과지성사, 2011.
🍎 해설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집에 혼자 남아 글을 쓴다. 마당에선 강아지 빠삐옹이 자꾸만 방 안을 기웃거린다. 하늘에선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 보고 나를 내려다본다.
혼자 있는 것 같지만 눈을 돌리면 곳곳에 동거인들이 함께 있다. 애완견 한 마리가 거실을 휘젓고 다닌다. 내 집 조그마한 마당 한 구석에는 요즘 노오란 국화가 피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 옆집 흰 국화꽃 향기가 소슬한 가을바람에 실려 와 우리 집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픽업트럭 갈치장사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이 세상은 결국 혼자는 아닌 셈이다.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창틀에 앞발 올려놓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집 안이 조용해서
무슨 기척이 있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밤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
모두들 떠나가고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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