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박성우 매우 중요한 참견

무명시인M 2024. 11.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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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매우 중요한 참견.

박성우 매우 중요한 참견. 사람살이의 온기가 느껴진다.

매우 중요한 참견

/박성우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
 
❄출처 : 박성우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창비. 2024.

박성우 시집.

 

🍎 해설

시골 길을 가던 할머니의 참견은 딱한 사정에 처해 있는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착한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참견이다.
 
호박 줄기가 길의 위로 기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넝쿨을 들어서 길 밖으로 뻗어갈 방향을 돌려놓는다. 매우 중요한 참견이다. 그리고 매우 아름다운 참견이다.
 
호박 줄기가 기어가는 모양은 ‘성큼성큼’이다. 반면에 할머니의 발걸음은 ‘느릿느릿’이다. 아름다운 조화다.
박성우의 시는 대부분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 따뜻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사람살이의 온기가 흐르고 언젠가 살아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과 기쁨”이 된다. 그러니 가끔 주위를 둘러보자. 의외로 긍휼의 정신, 길가던 할머니처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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