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파란 돌
한강 파란 돌.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시 詩 우수작품.
파란 돌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韓江 작가의 詩 우수작품이다.
꿈에서, 죽은 나를 보았다. 나의 몸은 죽었기에 한결 가벼워 좋았지만, 저 물결 아래에 있는 티 없이 맑은 돌을 얻으려면, 다시 살아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 파란 돌을 얻기 위해서는 이 땅에 살아있어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다.
죽어서는 볼 수 있지만 잡을 수는 없는, 반드시 살아서야 잡을 수 있는 그 파란 돌. 그대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로 “죽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잊지 않아야 한다. “그때 알았네/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다시 살아 아픔을 겪더라도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