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한강 파란 돌

무명시인M 2024. 11. 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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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파란 돌.

한강 파란 돌.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시 詩 우수작품.

파란 돌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韓江 작가의 우수작품이다.

꿈에서, 죽은 나를 보았다. 나의 몸은 죽었기에 한결 가벼워 좋았지만, 저 물결 아래에 있는 티 없이 맑은 돌을 얻으려면, 다시 살아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 파란 돌을 얻기 위해서는 이 땅에 살아있어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다.

 

죽어서는 볼 수 있지만 잡을 수는 없는, 반드시 살아서야 잡을 수 있는 그 파란 돌. 그대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로 죽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잊지 않아야 한다. “그때 알았네/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다시 살아 아픔을 겪더라도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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