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강물과 나는
나태주 강물과 나는. 다른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
강물과 나는
/나태주
맑은 날
강가에 나아가
바가지로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
떠올렸습니다
물고기 몇 마리
흰구름 한 송이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습니다
한참동안 그것들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믿음이
서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스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나는 걸음을 돌려
다시 강가로 나아가
그것들을 강물에
풀어 넣었습니다
물고기와 흰구름과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날부터
강물과 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강물과 나는』, 이야기꽃, 2023.
🍎 해설
아이가 징검돌에 걸터앉아 가만히 들여다본 강물에는 나무 그림자와 산 그늘, 흰 구름, 조그만 물고기 몇 마리가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그것들을 한 움쿰 건져올린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본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걸음을 강으로 되돌린 아이는 강물로 들어가 물고기와 흰 구름, 새소리를 모두 강물에 풀어 넣는다. 그 예쁜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자연이라는 친구와 더불어 살되 그 친구를 잃지 않으려면 아무리 예쁘고, 갖고 싶어도, 감당할 수 없다면 기꺼이 돌려주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물고기와 흰 구름과 새소리, 그리고 강물과 친구가 되는 마음.
다른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 그의 자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려 주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이다.
맑은 날
강가에 나아가
바가지로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
떠올렸습니다
물고기 몇 마리
흰구름 한 송이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습니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스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물고기와 흰구름과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날부터
강물과 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