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이현승 바람 부는 저녁
무명시인M
2024. 2. 1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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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바람 부는 저녁. 뒤집어지는 전복의 미학.
바람 부는 저녁
/이현승
산책로에서 갈대의 간격을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촘촘하게 서걱이는 갈대들
눈물을 훔쳐 주기 좋은, 부대끼기 좋은,
흐느끼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 🍒
❄출처 : 『서정시학 2023년 겨울호』, 서정시학, 2023.
🍎 해설
이 짧은 시에는 기승전결의 논리가 있다.
뒤집어지는 전복의 미학과 번뜩임의 섬광 사이에 통찰과 서정의 뿌리를 그대로 응축하고 있다.
이 짧은 시에 갈대의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갈대의 간격이 눈물을 훔쳐주기 좋은 간격이라고 하면서 흐느끼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고 노래한다. 아름다운 전복의 미학이 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대중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길고 난해한 시 보다는 짧고 쉬운 시는 아무래도 대중성이 더 높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는 대표적인 4행시다. 이 4행시도 시인의 그런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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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갈대의 간격을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촘촘하게 서걱이는 갈대들
눈물을 훔쳐 주기 좋은, 부대끼기 좋은,
흐느끼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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